종사지방종 진단 후 수술해야 할까? 두 병원에서 다른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 MRI 결과를 들으러 갔던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엉덩이 딤플 때문에 검사를 진행했을 뿐인데, 예상하지 못했던 '종사지방종'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MRI 결과를 확인한 의사 선생님은 비교적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척수견인의 위험이 있습니다."
종사지방종의 길이가 길거나 척수가 당겨지는 경우에는 증상이 생기기 전에 예방적으로 수술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후 수술 방법과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후유증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수술을 할지 말지 고민할 정신조차 없었습니다.
만약 설명 들은 후유증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결국 결과를 들은 당일, 수술 대기 명단에 아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종사지방종은 척수 끝부분의 종말끈에 지방 조직이 붙어 있는 선천성 이상으로, 일부 아이들은 척수견인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MRI 검사 후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수술 여부는 병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종사지방종 자세히 알아보기 →수술을 결정했지만 예정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수술 예약을 잡을 당시 의료진 파업으로 인해 수술 대기 인원이 100명 이상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파업이 끝난 뒤 순차적으로 수술을 진행할 예정이며, 자세한 설명은 그때 다시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다리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확인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같았습니다.
"아직 수술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처음 설명을 들을 때 "가능하면 두 돌 전에는 수술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 개월 수가 늘어날수록 불안감도 함께 커졌습니다.
결국 몇 번의 전화 끝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
그래서 다른 병원을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두 번째 병원에서는 다시 진료를 받고 배뇨 검사도 진행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여러 가지를 확인한 뒤 뜻밖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현재 증상이 없으니 추적관찰을 해봅시다."
종사지방종이라는 기형적 요인은 분명 존재하지만,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정기적으로 경과를 보면서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첫 번째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고, 두 번째 병원에서는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맞는 말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느 의사의 말을 믿어야 할까
두 번째 병원에서는 실제로 아무 증상 없이 평생 지내는 아이들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잘 걷고, 잘 뛰고, 특별한 증상도 없는 우리 아이에게 굳이 수술을 시켜야 할까?
반대로 종사지방종으로 인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면 예방적으로 수술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수술을 해야 할 이유도 충분했고, 하지 않아도 될 이유도 충분했습니다.
그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부딪히며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희는 결국 수술을 선택했습니다
그 후에도 첫 번째 병원 대기는 유지한 채, 두 번째 병원에서는 추적관찰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진료를 보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차가 심하게 막혔고 병원 주차장은 만차였습니다.
진료 시간은 다가오는데 주차할 곳은 없고, 겨우 주차를 마친 뒤 아이를 데리고 뛰다시피 진료실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도착했는데 정작 진료는 지연되고 있었고, 아이 차례까지는 한참 남아 있었습니다.
대기 시간 동안 아이는 지루해했고, 저 역시 모든 것이 예민하게 느껴졌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던 길이었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는 10대 정도의 아이를 보게 됐습니다.
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만약 우리 아이도 나중에 걷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물론 그 아이가 어떤 질환으로 병원에 왔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이미 여러 걱정과 불안 속에 있었고, 그 장면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드디어 수술 날짜를 잡을 수 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날짜를 먼저 예약해 두고, 수술을 취소하고 싶다면 추후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 시기부터는 아이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점프를 할 때 한쪽 다리만 주로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뛰는 모습이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부모의 불안이 만들어낸 시선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의심하고 걱정하며 지내는 상황 자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럴 바에는 수술을 하고 마음 편히 지내자."
그렇게 저희는 수술을 선택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정답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수술을 선택하는 것도,
추적관찰을 선택하는 것도,
모두 부모가 충분히 고민한 끝에 내리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 역시 어디까지나 저희 가족의 경험일 뿐이며, 종사지방종 진단을 받은 모든 아이에게 같은 선택이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당시의 저처럼 검색을 반복하며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실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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